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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커피 없이 살아보기로 한 첫날의 기록

by 함께하는 수야 2025. 4. 3.

커피 좋아하시는 분 많으시죠? 한국인들은 유독 커피를 사랑하는 편인데,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침을 시작하며 한잔, 점심 후 한잔, 동네 엄마들 모임에서 한잔, 하루에 많을 땐 세 잔 이상 마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이상하게 아침부터 피곤한 날이 잦아졌습니다. 특별히 과로를 하지 않았는데도 눈이 무겁고 어깨가 뻐근했습니다. 혹시 커피가 원인일까?라는 의심이 들었고, 커피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커피를 잠시 내려두고, 몸의 반응을 기록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커피잔에 담긴 따뜻한 라떼 한 잔종이컵에 담긴 캐러멜 마끼아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종류

내가 커피에 빠지게 된 과정

제가 사는 동네는 작은 동네임에도 카페가 50여 개가 됩니다. 말 그대로 한 집 건너 카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조금만 걸어 나가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이 커피가 일상으로 파고들게 된 시작인 것 같아요

2025년 현재, 한국의 커피전문점(카페) 점포 수는 약 10만 6,452개로 집계되었습니다.

출처와 기준에 따라 수치에 차이는 있지만, 한국이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카페 밀집 국가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실제로 한국의 거리 곳곳에서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요 상권은 물론, 주택가 골목이나 작은 동네 구석에도 카페는 존재합니다. 단순한 유행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생활 방식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먼저, 빠른 속도와 높은 집중도를 요구하는 업무 환경이 커피를 필수품으로 만들었습니다. 과로가 일상인 사회에서 카페인은 피로를 잠시 잊게 하고,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도구가 됩니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에 몇 잔씩 커피를 마십니다. 커피는 말 그대로 에너지원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접근성입니다. 카페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개인 소형 카페, 편의점 커피, 심지어는 믹스커피까지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원하는 맛과 가격, 분위기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니 소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로는 사회적 연결의 매개체라는 점입니다. 커피 한잔하자는 말은 단순한 권유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신호가 되었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식사 후, 짧은 만남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도구가 바로 커피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된 셈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커피의 정서적 역할입니다. 기분이 울적할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는 종종 커피를 찾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은 단순히 정신을 깨우는 것을 넘어 마음을 안정시키고 휴식을 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경제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카페는 창업 비용이 비교적 낮고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 중 하나입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카페 창업에 도전했고, 이는 곧 카페 수의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동시에 저가 커피 브랜드의 등장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넓혔습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지금의 카페 공화국, 커피 소비 대국 한국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점점 늘어나는 커피 섭취량

저도 처음부터 커피를 많이 마시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틀에 한 번, 라떼 한 잔으로 시작했습니다. 그게 저의 커피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따뜻한 라떼 한 잔은 하루를 잠시 멈추고 숨 고르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었고, 그 시간이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에 한 잔이 당연해졌고, 바쁜 날이나 집중이 필요한 날에는 두 잔까지 마시게 되었습니다.

커피는 그저 음료가 아니라 일상의 리듬이 되어 있었습니다. 모임에 나가도 다양한 차 종류가 있었지만, 저는 늘 커피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아메리카노든, 라떼든, 때로는 달콤한 캐러멜 마키아토든 커피가 손에 들려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습니다. 커피는 선택이라기보다 습관이 되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제 하루 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졌고, 뇌가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중도 잘 되는 것 같았고, 약간의 허기마저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침에 일어나면 유난히 피곤함을 느꼈고 일주일이 넘도록 피로함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특별히 과로를 하지 않았는데도 눈이 무겁고 어깨가 뻐근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커피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커피가 피곤함의 원인이 아니라 피곤함을 가리는 가면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도 중독이 될까?

처음에는 한 잔만 마셔도 충분했던 각성 효과가 점점 약해지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양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카페인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실제로 카페인 섭취를 중단했을 때 두통, 졸림, 집중력 저하 같은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보통 섭취 중단 후 12시간 이내에 시작되어 이틀에서 사흘 정도 지속되기도 합니다. 물론 커피가 마약처럼 강한 중독성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양 이상을 오랜 기간 마셨을 경우 심리적, 신체적으로 습관화되기 쉽습니다.

특히 아침 루틴이나 식후 한 잔처럼 일상과 연결된 커피 소비는 마치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그 의존성을 자각하기 어렵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카페인을 강력한 중독물질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경미한 중독 가능성은 인정하고 있으며 일부 의학 연구에서도 습관적 섭취에 따른 의존이 존재한다고 보고합니다. 카페인은 각성효과가 있습니다.

혈관을 수축시키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유도해 뇌를 깨우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각성이 인위적이라는 점입니다. 실제 에너지보다 더 깨어 있는 듯한 착각을 주고, 그 상태가 끝나면 오히려 더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일수록 카페인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처음처럼 효과를 보기 어려워지고, 더 많이 마시게 됩니다.

카페인은 얼마나 오래 몸에 남아 있을까?

커피 한 잔으로 섭취한 카페인이 우리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의 반감기는 평균 4시간에서 6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감기란 몸속에 들어온 카페인의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오전 10시에 커피 한 잔을 마셨다면, 오후 3~4시까지도 몸 안에는 여전히 절반가량의 카페인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하루에 두세 잔씩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체내에서 카페인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전에 새로운 카페인이 다시 쌓이게 됩니다. 사람마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속도는 다를 수 있으며, 특히 간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임산부, 고령자는 카페인이 몸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개인에 따라 카페인의 반감기가 9시간 이상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즉,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하루 일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후 늦게 커피를 마신 뒤 잠들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카페인의 효과가 끝났다고 느껴질지라도, 실제로는 우리 몸속에 아직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커피를 끊기로 결심한 이유와 금단증상

커피를 끊기로 결심한 건 어느 날 오후, 커피를 마시고도 졸음이 쏟아졌을 때였습니다. 평소보다 두 잔이나 더 마신 날이었는데도 집중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이 불편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를 끊겠다고 마음먹은 날 아침, 습관처럼 커피잔을 찾는 내 손을 보며 잠시 멈췄습니다. 매일 당연하게 마시던 라떼를 건너뛰는 일이 생각보다 낯설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커피를 안 마신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라떼의 향, 손에 닿던 머그잔의 온기, 첫 모금의 부드러움까지 떠올랐습니다. 몸보다는 마음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커피는 단순히 각성 효과 때문만이 아니라, 손에 들고 있는 그 따뜻한 감각, 입에 머무는 그 쌉싸래한 풍미, 마시며 쉬어가는 시간 자체가 일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대체 음료가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따뜻한 물을 마셨습니다. 생각보다 단순한 이 행동이 꽤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공복에 마시는 따뜻한 물은 속도 편했고, 무엇보다 커피처럼 자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는 카페인이 없는 차도 시도해 봤습니다. 보리차나 둥굴레차처럼 어릴 때부터 익숙한 차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최근에는 루이보스티도 즐겨 마시게 되었는데, 붉은색의 따뜻한 빛깔이 주는 안정감과 약간의 단맛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줬습니다.

중요한 건 커피를 대신하는 음료를 찾았다는 것이 아니라, 커피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었습니다. 커피를 대체하는 음료가 꼭 카페인 없는 차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생수여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손에 따뜻한 컵을 쥐고 있는 행위 자체, 입안에 무언가를 머금고 천천히 마시는 그 순간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렇게 대체 음료를 마시면서도 제 안에서는 습관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나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커피 없이 하루를 보낸 것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약간의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중간에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수없이 들었지만 참아낸 하루였고, 몸이 약간 무겁긴 해도 마음만큼은 가벼웠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나을 거라는 작은 기대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커피 없는 첫날이 저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