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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커피 없이 살아보기로 한 셋째 날의 기록

by 함께하는 수야 2025. 4. 5.

평소와는 다르게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함을 느낀 어느 날이었습니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계기는... 운동을 하든, 커피를 끊어보든 한번 실험해 보자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일주일이상 만성적인 피곤함을 느끼고 있던 저는 우선 커피를 끊어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커피를 끊은 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생각보다 간단할 것 같았지만, 그 과정에는 작지 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째 날부터 셋째 날까지 느낀 몸의 변화를 기록합니다.

티백 보리차와 말린 보리
커피대신 마신 따듯한 보리차

1. 첫째 날:익숙함의 부재

커피를 마시지 않은 첫날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어요. 단순히 아쉬움에서 출발했습니다.

의식하지 않았는데 습관적으로 커피를 찾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책상 옆에 커피가 없으니 손이 허전했고, 점심을 먹고 나서도 무언가 마무리가 안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후에는 약한 두통이 찾아왔습니다. 평소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종류의 두통이었는데,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카페인 금단 증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의 두통은 한쪽 관자놀이 부위나 눈 주위가 지끈거리며 아픈 느낌이라면 카페인 금단증상으로 인한 두통은 머리가 그냥 둔한 느낌으로 두뇌 회전이 잘 안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따듯한 물을 자주 마시고, 최대한 움직이려고 노력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2. 둘째 날:평소와 다른 기상 상태

둘째 날 아침에 몸이 느낄만한 반응을 느꼈습니다. 피곤함이 덜한 느낌이었어요.커피를 마시지 않았던 첫날에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었는데 빨리 잠든 점도 이런 몸의 반응에 작용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찾는 제 욕구는 첫날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5년이 넘게 쌓인 제 커피 마시던 습관이 몸에 기억되어 의식과 무의식이 동시에 커피를 생각하고 찾게 되더군요.가장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가 점심식사 후였습니다. 업무가 잘 시작되지 않을 정도로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오후 내내 약간의 두통이 지속됐고 졸림과 무기력함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몸이 무겁다기보다는 힘이 빠지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업무 중 집중력이 떨어졌고, 평소보다 일 처리가 더뎌졌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오후 3시 이후부터는 서서히 컨디션이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3. 셋째 날:다시 마시고 싶은 유혹

오늘은 커피 없이 맞이한 셋째 날입니다.이틀 동안 커피 없이 지냈다는 사실이 저에게 자신감을 주었습니다.이틀 내내 커피 한잔도 안 마신 날은 최근 5년 동안 없었거든요.오늘 아침 기상 시에 느꼈던 피곤함의 정도는 커피 없이 지낸 둘째 날(전날)과 비슷한 정도였어요. 아침 두통은 없었고 오전의 졸림은 많이 줄었습니다. 아직 아침 집중력이 완벽하게 돌아오진 않았지만 컨디션은 확실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커피 없이도 하루가 충분히 굴러간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대신 따뜻한 보리차나 둥글레차, 미지근한 물을 수시로 마시면서 목 넘김의 습관은 유지했습니다. 손에 뭔가 들고 마시는 행위 자체가 습관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대체해 주니 훨씬 수월했습니다.

또한 속이 덜 더부룩하고 하루가 끝났을 때 피로감도 훨씬 덜했어요. 물론 아직 커피를 끊은 지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그 짧은 기간 안에도 신체가 변화를 반응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주로 라떼를 마셨는데 라떼에는 우유가 들어있어서 커피를 마시면 위의 더부룩함도 느꼈었는데 커피를 끊은 지 단 3일 만에 위가 편안해진 것도 알게 돼었습니다.

업무를 하는 책상 위 왼쪽에 커피잔을 두고 한 모금씩 마시며 타이핑을 하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고 이런 일상이 몇 년간 지속되어 오다 보니 루틴이 되어서 생각보다 뚝딱거리게 되었습니다. 커피잔이 없는데 왼손이 자꾸 커피잔을 들려고 하는 동작을 하게 되더라고요.

마치 안경을 쓰는 사람이 안경을 쓰지 않고 있는데도 안경을 올리려고 하는 손을 올리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럴 때마다 커피를 마시던 그 컵에 따듯한 둥굴레차를 우려서 마셨습니다.비록 커피는 아니지만 마시는 동작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커피를 마시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이때 저는 생각했어요. 나는 커피의 맛을 즐겼던 것일까?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즐겼던 것일까?

4. 카페인 내성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정말 커피에 중독이 된 걸까? 아니면 단순한 습관이었던 걸까? 혹은 커피가 일상의 루틴이 되어버려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마셔왔던 건 아닐까?

실제로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각성 물질로,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의존성 또는 중독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정신의학회(APA)가 발간한 정신질환 진단 편람인 DSM-5에서는 카페인과 관련된 장애로 카페인 금단(Caffeine Withdrawal),카페인 중독(Caffeine Intoxication),카페인 유발 불안 장애 등을 정식 진단 항목으로 제시하고 있으며,카페인 사용 장애(Caffeine Use Disorder)역시 추가 연구가 필요한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카페인 의존의 주요 특징으로는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 점점 많은 양의 카페인을 찾게 되는내성, 섭취를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두통이나 무기력감 같은금단 증상, 줄이고 싶어도 잘 줄이지 못하는조절 실패등이 꼽힙니다.

제가 첫째 날과 둘째 날 느꼈던 두통과 무기력, 점심 이후의 조급함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바로 이런 카페인 금단 증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술이나 담배를 끊었을 때 나타나는 금단 반응처럼, 커피 역시 내 몸과 뇌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이죠.

따라서 이번 커피 끊기 실험은 단순한 건강 챌린지를 넘어,내가 얼마나 커피에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맛있어서 마셨던 줄 알았던 커피가 사실은 내 몸의 루틴이었고 습관이었으며 어쩌면 중독의 한 형태였을지도 모릅니다.

저녁이 되자 마음이 차분해졌고, 밤에는 평소보다 더 빨리 잠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중간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깊이 잔 느낌이 들어 조금 놀랐습니다.

커피를 마시던 시절엔 새벽에 자주 깼고, 잠들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는데 이 변화는 분명한 신호였습니다. 커피가 제 수면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죠. 수면시간도 늘어났지만 수면의 질이 더 좋아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잠깐 멈춰보는 선택도 도움이 됩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커피를 끊는다는 것은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일상 속 습관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단 3일이었지만, 몸과 마음에 분명한 변화가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이 시도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습니다.

아직 완전히 커피를 끊었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조금 더 귀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꼭 모두가 커피를 끊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잠시 멈춰보는 경험은 분명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 한 달 후의 제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변화는 느리게 오지만, 꾸준히 쌓이면 분명 삶의 질을 바꾸는 힘이 있다는 걸, 지금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