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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조산아, 언제 어린이집을 보내면 좋을까?

by 함께하는 수야 2025. 4. 2.

조산아의 단체생활,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감염 위험과 건강 사이에서 고민하는 부모에게 실질적인 기준과 공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린이집 첫 등원 날의 모습
등원 첫날 그린 그림

고민의 시작

우리 아이는 몸무게 1kg 미만의 초극소저체중출생아로 태어났습니다. 초극소저체중출생아는 생존율과 합병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출생 직후부터 집중적인 신생아 집중치료가 필요하고 커가면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부득이하게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지내며 정기 검진을 위해 병원과 집만 오가는 생활을 몇 년간 이어 왔습니다.

시간은 흘러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어느덧 어린이집을 보낼 시기가 왔고, 또래라면 빠르면 돌즈음부터도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는데요. 우리 아이는 아무래도 폐가 약하고 면역력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 소아청소년과 교수님께 의견을 구했습니다. 대학 병원 교수님께서는 아이의 단체생활을 가급적 늦추는 것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저는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배우는 사회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시 저에게는 무엇보다 아이의 건강이 더 우선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 등원은 만 3세가 되어서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단체생활의 벽

어린이집에 다닌 첫 일주일 만에 아이는 수족구와 감기에 동시에 걸렸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의 진행 속도는 예상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감기는 모세기관지염으로, 다시 폐렴으로 빠르게 이어졌고, 결국 천식 진단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상황은 반복되었습니다. 겨울철이면 몇 달씩 어린이집을 쉬어야 했고, 유치원에 입학한 이후에도 감기 유행 시기마다 감염과 폐렴, 그리고 천식 증상이 되풀이되었습니다. 심지어 여름에도 폐렴 증상이 나타났을 정도로 아이의 상태는 예민하고 불안정했습니다. 그 시기 동안 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자주 쉬게 하며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잦은 병치레는 아이의 신체 성장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이 많아 체중이 줄었고, 활발하게 뛰어놀 나이에 아이는 자주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또래와의 교류도 줄어들었고, 밖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자극이 차단되면서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사회성과 건강 사이에서 어느 하나만을 택하기는 어려웠고, 저 역시 매번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조산아의 경우 단순한 감기도 빠르게 하부호흡기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관지와 폐의 발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인 감염은 천식이나 성장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아이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보다 환경의 자극이 빠를 때, 그 간극에서 병이 발생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매번 판단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했습니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워야 할 시기이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경험조차 상처가 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을 포기하느냐가 아니라, 아이가 버틸 수 있는 조건 안에서 얼마나 건강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는 자주 아팠고, 그럴 때마다 저는 마음속으로 같은 질문을 반복했습니다.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성장의 기회를 주려다 건강을 잃는 것은 아닐까. 아이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아쉬워하는 얼굴을 볼 때면 가슴 한쪽이 묵직했습니다.

감염에 취약한 이유

조산아가 감염에 더 취약하다는 말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의학적인 사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태아는 임신 말기에 모체로부터 면역 항체를 전달받습니다. 그러나 조산아는 이 시기를 충분히 거치지 못한 채 태어나므로, 선천적으로 면역 체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환경에 노출됩니다. 특히 폐와 기관지, 피부, 장 점막 등 외부 병원체를 막아내는 방어 장치들의 발달도 미완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염에 쉽게 노출되고, 감염이 심화될 위험도 높습니다.

2023년 부산성모병원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기 조산아의 경우 만삭아보다 폐렴으로 입원할 확률이 약 1.9배 높았습니다. 질병관리청의 소아 감염병 통계에서도 조산아의 호흡기 질환 입원율이 일반 아동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를 보였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생후 24개월 이전에는 이러한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나며, 반복적인 감염이 기관지와 폐에 미치는 영향이 누적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천식과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결국 조산아에게 있어 단체생활은 단순한 사회화의 수단이 아닌, 감염이라는 위험 요소와 직접 맞닿아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기나 방식에 있어서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감염을 얼마나 자주 겪는지, 그 회복 속도는 어떤지, 감기에서 폐렴으로의 진행이 쉬운 체질인지를 부모가 직접 관찰하며 그 조건을 살펴야 합니다.

시기보다 조건

조산아에게 단체생활은 필요하지만, 그 시점을 단순히 나이만으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만 두 살 전후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는 가정이 많지만, 조산아의 경우에는 감염 이력과 회복 능력, 현재의 신체 상태까지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3~6개월간의 감염 빈도, 감염의 진행 속도, 회복 시 걸리는 시간, 폐렴이나 기관지염으로의 이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라고 조언합니다. 단체생활을 결정하는 데 있어 연령은 참고사항일 뿐,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열이 자주 오르고, 감기 이후 폐렴으로 발전한 이력이 있으며, 회복이 느린 아이는 아직 단체생활 환경에 노출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감염이 있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고 회복이 빠르며, 체중과 기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아이라면 점진적으로 단체생활을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도 전일제 보육보다는 시간제 보육부터 시작해 아이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일부 부모들은 감염이 비교적 적은 시기를 선택해 단체생활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봄이나 초여름처럼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이 적은 계절은 감염 가능성이 낮아 아이의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밀집도가 낮은 어린이집을 선택하거나, 활동량이 적은 반을 배정받는 등의 환경 조정도 시기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필요할 땐 쉬는 시간을 가지며 회복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 그것이 조산아 단체생활의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물론 단체생활은 단순히 또래와 어울리는 일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정서 발달, 언어 자극, 신체 활동 등 다양한 발달 요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자극은 아이가 건강한 상태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억지로 경험하게 되는 사회성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며, 그 스트레스가 다시 면역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에게 맞는 기준

조산아를 키우는 부모에게 단체생활의 시작은 단순한 일정상의 선택이 아닙니다. 보낼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리듬에 맞춰 조율해 나가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회복 시간이 길다면 그에 맞는 보육 방식이 필요하고, 감염에 민감하다면 감염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누가 정한 몇 세라는 수치가 아니라, 내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대한 관찰이야말로 진짜 기준이 됩니다.

단체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그 선택이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부모가 적극적으로 상황을 조정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조산아의 단체생활은 시작의 타이밍보다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몸을, 행동을, 표정을 읽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준비가 된 셈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기준은 존재합니다. 그것은 통계 속 평균이 아니라, 아이의 상태와 가족의 여건, 그리고 부모의 인내심 속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성이라는 명분이 아니라, 아이가 아프지 않고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춰주는 일입니다. 건강한 사회성은 건강한 몸에서 시작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시작은 누구보다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부모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점을 저는 이 과정을 겪으며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했던 고민을 하고 계신 부모가 계신다면 이 글을 읽고 조그마한 위로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본문 중 인용된 수치는 2023년 부산성모병원 연구 및 질병관리청 소아 감염병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